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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기

현대판 신데렐라?

  내가 소시적 했던 여러가지 망상 중 하나는 이랬다. '동국대를 가서 연극영화과에 예쁜 여자를 사귀고 그 여자가 나만 쳐다보게 만든 후 그 애가 연예인으로 데뷔하면 나는 팔자좋게 하고 싶은 글을 쓰면서 평생 살 수 있다'

  이른바 '기둥서방'이라는 것은 가끔 남자들이 한담으로 얘기를 꺼내곤 하는 소재다. 친구 누가 호스트바를 하다가 돈 많은 아줌마랑 배가 맞아서 인생을 폈다느니, 자기도 약국이나 미장원 하는 마누라를 만들어서 아침저녁으로 셔터나 내려주면서 살고 싶다느니 하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얘기는 한담으로 끝이 나기 마련이고 실제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어디가서 자랑하기는 힘든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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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의 얘기겠지만 결혼은 현실이라고들 한다. 연애와 결혼을 별개라고 딱부러지게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런 말이 나왔을 적에 공감하는 것이 대세다. 연애하기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 좋은 사람을 구분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역시 돈이다.

  얼마전 고발프로그램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어느 프로를 힐끔 본 기억이 난다. 커플매니저에 대한 얘기였는지 결혼알선업체에 대한 얘기였는지 요새 사람들에 대한 얘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여자가 울먹이는 소리로 "저 요새 운동도 열심히 하고 요가도 하구요, 살도 많이 빠졌고 책도 많이 보거든요. 그러니까 더 유망한 의사로 한번만 더 소개시켜 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했다. 근데 그 여자는 연봉 1억의 의사를 소개 받고서도 그런 우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난 씁쓸히 웃으면서 채널을 휙 돌려버렸다.

  그 때는 자우림의 실리콘밸리가 생각났다. '그녀는 좀 더 높은 값에 자신을 시장에 내놓으려...' 그리고 동시에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너 같은 애들 하고 진지하게 결혼 생각이 잘도 하고 싶겠구나' 라고도 생각했었다. 근데 뒤통수를 맞았다. 자기가 남자친구의 액새서리여도 상관 없고 남자친구가 자신의 액새서리가 되어주길 원한다니. 거기다가 태도도 무척 진지하고 실행에까지 옮기고 있다. 한담으로나 웃고 넘기던 남자들보다 행동력이 있다고 칭찬해줘야 할까?

  현대는 물질 만능 주의다. 그래서 연애도 결혼도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최소한의 인간적 선을 넘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는 선택받은 영장류다. 그 최소한의 선을 버린 채 조건을 따져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자신이 인간으로서 또 연인으로서 대우받기 보다는 타인을 장식하고 타인으로서 자신을 장식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조건만을 따져서 하는 결혼은 견종을 따져 시키는 교배와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내 주변엔 내가 결혼에 대한 이상을 풀어놓으면 항상 '결혼은 현실이야'라고 쏘아붙이는 여자들이 있다. 나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나에게도 소중한 꿈과 희망, 이상이 있고 그것을 아직은 믿고 싶은 것 뿐이다. 그 마지막 한 조각마저도 포기한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덧붙이는 글 - 찌질이 궁상맞은 글쟁이가 패배근성으로 똘똘뭉쳐 돈이 다가 아니야!!! 라고 쓴 글로 이해가 된다면 아마 맞을 것 같다. 그러니까 리플 달려고 깡통 그만 굴려도 된다.

  또 덧붙이는 글 - 원래 제목은 '창녀가 유망해진 세상' 이었다. 근데 위에 쓴 덧글 같은 사람들이 낚일까 두려워 고민 끝에 수정을 했다. 소심한거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글 - 근데 저 사람들도 결국 떵떵거리곤 살고 싶은데 스스로 그래볼 능력도 자신도 없어서 찌질거리는 패배주의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