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의 역습 - 마쓰모토 하지메 저, 김경원 역, 최규석 그림 / 이루 2009

UnknownGrotesQ 2010. 10. 13. 03:34

나오고 나서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이 책은 2010년 마쓰모토 하지메의 인천공항 입국 거부로 인해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그 일을 계기로 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마쓰모토 하지메는 무척 독특한 인물이다. 대학시절부터 '가난뱅이들'을 움직이고 선동하는데 재능을 보이고 지역 주민들과 강한 친화력을 보이면서 꾸준히 '기득권'에게 반항하는 레지스탕스, 하지만 체제 전복을 꿈꾸기 보다는 하층민들의 입지 강화에 주력하는 인물이다.

워낙 저지르고 다니는 행위들이 데모일색이다보니 아무래도 이 정부에서는 불편했을 터, 해외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미리미리 불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입국을 거부하는 성실함을 보였다.

사실 이 책의 내용 보다는 사건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본 탓인지 시작 부분에 나오는 가난뱅이 삶에 대한 가이드 같은 부분에서는 좀 의아한 마음과, 실수로 책을 사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가 좀 들었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중고 가게를 경영하면서 그가 내비치는 철학들, 그리고 데모를 이끌면서 보이는 그의 철학들에 약간 감동했다. 물론 역자의 말처럼 이런 촐싹거리는 것들은 썩 내 취향은 아니지만, 나도 역자처럼 그런 것이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마쓰모토 하지메에 대한 약간의 경외감을 가지게 되었다.

약간 책 외의 이야기지만, 나는 모두가 상위계급으로의 이전을 바라는 사회보다는 자기 계급에 대한 자부심과 행복관을 가지는 (이를테면 영국과 같은) 사회가 훨씬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도 '가난뱅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필살의 역전법'이라기 보다는 '가난뱅이로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론'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추천평이나 주변인들의 열광적인 반응처럼 매력이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타인에게 권할 의사가 있다. 일단 출판사의 똘기어린 이벤트[링크]만으로도 나에게는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