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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기

통큰치킨이 열사가 되는 분위기에 대한 몇가지 주절거림

통큰치킨에 대해서 많은 논란들이 오가는 가운데, 내 생각에 가장 근접한 의견은 모 블로그의 말처럼 '너무 비싼 것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 싼 것도 구린 냄새가 난다' 는 거다. (어느 블로그에서 봤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는 분들은 제보 좀.) 이 이슈에 대해서 친구랑 대판 싸우고 절교(...)까지 한 참이라 조심스럽지만, 일단 내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끄적여본다.

확실한 사실은, 현재 프랜차이즈들이 만든 고가격대의 치킨 시장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둔감한 것은 내가 배달 음식으로서 치킨이라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안시켜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다. 물론 치킨을 무척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애통한(...) 일일지도 이해는 한다. 이런 경우 소비자들은 싼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장의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데, 가격 경쟁이 유도되기 보다는 원가 운운하면서 상승만을 계속하는걸 보면 분명 담합 내지는 그에 준하는 구린 구석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점에서는 통큰치킨의 등장이 무척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일단 사람들에게 크게 이목을 끌었고, 그로 인해서 대형 프랜차이즈들을 긴장시킬 수 있었다. 공정위에서 담합에 대한 조사가 들어간 부분은 가장 큰 긍정적 소득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근데 과연 이러한 주도를 롯데라는 대형 기업이 롯데마트라는 대형 마트를 통해서 벌인 것이 긍정적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볼 일이다. 이 부분은 이야기를 하기가 참 복잡하다.

프랜차이즈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폭리다. 고객들에게 폭리를 취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맹점 점주들에게서도 폭리에 가까운 로열티를 받아간다. 근데 이 문제는 대형마트의 치킨 판매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해결책이 되어버리면 각 마트간에 치킨 브랜드를 런칭해서 치킨게임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애꿎은 가맹점 점주들은 실직자가 되어버릴 것이다. 이건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문제의 이전'에 불과하다.

비비큐라는 기업이 처음 등장해 지금의 자리에 올라가는데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보장할 수 있는 품질'을 어필한 것이 주효했다. 만일 그런 기업이 폭리와 담합의 핵심에 서게 되었다면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서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면서 선두주자들을 때려눕히거나, 가격에 걸맞는 확실한 고급화를 내세우거나, 소녀시대 달력을 사면 치킨을 주는 파격적인 서비스로... 아무튼.

지금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억울함이나, 혹은 이룰 수 있었던 청사진에 대한 이야기들은 정말 그런가? 하고 되묻게 된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비싼게 이유가 없을 순 있지만 싼 건 다 싼 이유가 있다. 현명한 소비자는 늘 긴장하고,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