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iL

TiL - [04] 각성 옛 성현들의 말씀에 세상에는 사람에게 좋은 삼이 다섯 가지에 사람에게 해로운 삼이 두 가지 있다 하였으니, 그 다섯 가지는 인삼(人蔘) 홍삼(紅蔘) 산삼(山蔘) 비삼(飛蔘) 해삼(海蔘) 이요 두 가지는 중삼(中三) 고삼(高三)이라. 그러한 이유로 집안에 중삼이나 고삼이 있으면 집안이 하루도 편치 않을 것이고, 중삼과 고삼이 함께 있게 되면 그 한해가 세곱절은 고달파진다 하였다. 우리 집이 그랬다. 세살 텀의 우리 남매는 같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며 학비와 교복문제로 가계에 헤비펀치를 날렸고, 2년 후에는 나는 중삼이 되고 누나는 고삼이 되어 집안 분위기에 로우 킥을 날렸다. 그래서 잔혹했던 열 여섯 살의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시골에 며칠 다녀올 테니 '제발' 싸우지 말고들.. 더보기
TiL - [03] 그녀의 천적! '무(武)의 여신', '강철의 여인'등으로 불리며 어디에서도 꿀리는 것 하나 없이 당차기만 한 누나지만 그런 누나에게도 천적이 하나쯤은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사색이 되어선 부들부들 떠는 그 이름은...... 다름 아닌 치과였다. 누나가 치과를 싫어하는 건 어릴 적부터였다. 왠지 체질적으로 병원이라는 곳과 상성이 잘 맞지 않는 누나였지만, 그 중에서도 치과는 알레르기(?)의 강도가 심했다. 치과에서 이 갈아내는 소리를 듣는 순간 누나의 놀란 고양이 같은 얼굴은 글만으로는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 애통할 정도로. 누나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젖니가 빠지기 시작하며 이 갈이를 시작할 즈음이었다. 누나는 이가 흔들리고 아픈데도 '안가! 안가! 차라리 죽어버릴래!'라며 고집을 부렸다. 덧니가 나도.. 더보기
TiL - [02] 소꿉놀이, 그 후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소꿉놀이를 한동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녹황색 잡초의 공포도 씻기어지고, '원하지 않는 식사는 안 먹을 수도 있다'라는 조건을 달고 다시 소꿉놀이 계로 복귀했다. 아아,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남(...)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기는 막을 도리가 없고, 그에 따른 질투 또한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나는 항상 동네 남자애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특히 나를 싫어한 녀석은 나보다 한 살 많은 동네의 골목대장 녀석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애랑 내가 유달리 친하게 지낸 탓이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그럭저럭 유지되던 녀석과 나의 사이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터지고 말았는데, 그 여자애가 자꾸만 장난을 거는 골목대장 녀석에게 '너 같은 애들.. 더보기
TiL- [01] 엄마는 여자보다 강했고, 누나는 엄마보다 무서웠다. 나보다 세 살 위인 누나를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일컫는다. '독한 기집애' 예쁘장한 생김에 여성스러운 성격, 아버지를 여의고 나와 엄마의 정신적 지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면서 약대까지 장학생으로 한번에 붙은 '강철의 천사'라는 식의 얘기들이다. 하지만 누나의 또 다른 이면을 생생하게 알고 있는 나로서는 쉽사리 인정하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나와 누나는 부드러운 가풍과 아버지의 자유로운 교육 방침에 따라 자라났다. 다만 조금 문제라면 누나는 당차고 씩씩한 여장부로, 나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가 되어버린 것 정도. 그래서 친척 어른들은 우리 남매를 볼 때마다 '너희들은 성별을 바꿔서 태어났다' 라면서 놀리곤 했었다. 성격이야 어찌 되었든 어릴 적 나는 동네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는데,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