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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기

다르거나 혹은 못하거나

한국 사람들은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특성이 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때로는 이 말을 매우 자랑스러운 어조로 하지만 때로는 이 말을 무척 아집과 독선에 차서 말한다. 똑같은 말이지만 어떨 때는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쓰이고 어떨 때는 단점을 이야기 할 때 쓰인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는 무척 기형적인 인터넷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망이 기형적으로 발달했고 ActiveX가 만연하고 그로 인해 인터넷 사용효율은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없으면 일상의 대부분이 불편해질 정도가 되었지만 아무도 그에 대한 기초적인 학습에는 관심이 없다. 인터넷을 오락용 이상으로 활용하지만 실제로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되어 오고 있다. ActiveX의 대체수단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웹의 표준화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인 유저들이 오히려 이에 대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우리에겐 우리만의 특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의견을 요약하자면 효율성이 느려도 인터넷 망 속도가 빠르니 괜찮고 지금도 편리한데 공부를 왜 시키냐는 이야기다. 조금 과격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세계 최고인데 누굴 맞춰서 따라가느냐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의 인터넷 기술을 자랑할 땐 소프트웨어를 자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자랑하는건 겨우 하드웨어에 불과하다. 집집마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된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미국도 현재 3집당 한대 꼴로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어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법이 초고속 인터넷만 있는건 아니다. 이미 미국도 집집마다 인터넷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조만간 미국도 집집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나면 우리의 자랑거리는 무엇이 남을까? 더 빠른 인터넷 망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우리는 그렇게 뛰어나다곤 할 수 없다. 웹이 PC에서 모바일로 확장되는 시대에 남들은 휴대폰으로 인터넷 쇼핑을 해서 결제도 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그 자리에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시대에 우리는 아직도 휴대폰으로 하는 인터넷은 시간때우기용 오락에 불과하지 않은가.

아직 우리에게는 많은 희망과 기회가 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긴 했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인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발전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는 우리만의 특성이 있다’는 변명이라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그래야 발돋움할 수 있다.